
냄새 못 맡으면 조기 사망 위험 4배 증가.. 치매·파킨슨병 '조기 신호'
후각 기능 저하가 단순한 불편을 넘어 수명 단축과 뇌신경 질환의 강력한 경고 신호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칼 마틴 필포트(carl martin philpott) 교수를 포함한 영국과 미국 등 국제 후각 전문가 그룹은 후각 건강이 공중 보건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문헌 검토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후각 기능 이상, 특히 후각 상실이 조기 사망 위험과 연관되어 사망률이 최대 4배까지 높게 나타났다는 기존 연구들이 보고돼 있으며, 신경학적 질환을 포함해 총 139개 질환과 연관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각이나 청각에 비해 그 중요성이 간과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에 따르면 전 세계 인구의 약 22%가 후각 기능 이상을 겪고 있으며 60세 이상 고령층에서 유병률은 더 높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특히 냄새를 전혀 맡지 못하는 무후각증은 파킨슨병이나 알츠하이머병 같은 신경퇴행성 질환의 강력한 위험 인자로 확인됐다. 파킨슨병의 경우 운동 증상이 나타나기 5년 이전부터 후각 소실이 먼저 발생하는 경우가 많았으며, 환자의 90% 이상이 병이 진행됨에 따라 후각 장애를 겪는 것으로 분석됐다.
후각 장애는 일상생활의 안전과 정신 건강에도 심각한 악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드러났다. 냄새를 맡지 못하면 가스 누출이나 화재 연기, 상한 음식을 감지하지 못해 사고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커진다. 또한 후각 장애 환자는 사회적 고립감, 우울증, 불안장애를 겪을 확률이 높았으며, 미각 저하로 인해 지방이나 당분이 많은 자극적인 음식을 찾게 되면서 비만이나 영양 불균형이 초래될 위험도 함께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후각 상실 환자가 급증했음에도 불구하고 후각 건강은 여전히 공중 보건 정책에서 소외받고 있는 실정이다. 연구팀은 코로나19 환자의 경우 일반적인 호흡기 바이러스 감염보다 후각 기능 이상 발생률이 8배에서 10배 더 높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후각 기능 검사를 시력이나 청력 검사처럼 정기적인 건강 검진 항목에 포함시켜 치매 등 연관 질환을 조기에 발견하고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에 참여한 칼 마틴 필포트 교수는 "후각은 영양 섭취와 인지적, 심리적 웰빙을 가능하게 하는 건강의 필수적인 기둥으로 장려되어야 한다"며, "전 세계적으로 후각 건강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교육과 인식 제고는 물론 후각 선별 검사 도입과 같은 구체적인 공중 보건 정책이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 결과(the need to promote olfactory health in public health agendas across the globe: 전 세계 공중보건 의제 내 후각 건강 증진의 필요성)는 2025년 11월 이비인후과 분야 국제 학술지 '임상 이비인후과(clinical otolaryngology)'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