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적게 먹고 많이 움직여도 잠 못 잔다"... 여성 수면 부족, 원인은 '에너지 불균형'
하루에 먹은 칼로리와 신체 활동으로 소비한 칼로리 간의 균형을 잘 맞추면 여성의 수면 부족 위험을 낮출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서울대 의대 및 보라매병원 가정의학과 연구팀(서민정·김하진·박민선 교수)은 한국 성인 1만 3,164명을 대상으로 '에너지 섭취·소비 균형(eieb)'이 수면 시간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해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이번 연구는 단순한 식단이나 운동량이 아닌, 에너지 섭취와 소비의 '균형'이 수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성별에 따라 분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연구팀은 국민건강영양조사(2019, 2020, 2022년)에 참여한 19세 이상 성인 남성 5,707명과 여성 7,457명의 데이터를 분석했다. 하루 동안 식사로 얻은 에너지에서, 기본적으로 숨을 쉬고 활동하며 쓴 에너지(기초대사량+신체활동)를 빼서 '에너지 섭취·소비 균형(eieb)' 수치를 산출했다. 이를 기준으로 참가자들을 4개 그룹으로 나누고, 하루 수면 시간이 6시간 이하인 '수면 부족'과의 연관성을 조사했다.
분석 결과, 여성의 경우 에너지 섭취와 소비가 적절히 균형을 이룬 그룹에서 수면 부족 위험이 유의미하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에너지 균형 값이 가장 낮은 그룹(기준군)에 비해, 에너지를 가장 적절하게 유지한 2분위 그룹(-260.45~90.81 kcal)은 수면 부족 위험이 29%나 낮았다. 3분위 그룹과 4분위 그룹 역시 각각 25%, 24%씩 수면 부족 위험이 감소했다. 반면 남성에게서는 수면 부족과 에너지 균형 간의 뚜렷한 연관성이 발견되지 않았다.
연구진은 이러한 성별 차이가 호르몬과 면역 조절 방식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했다. 수면 중 면역 체계가 회복하고 항체를 생성하기 위해서는 약 400kcal의 에너지가 요구된다. 여성은 코르티솔이나 에스트로겐 등 대사 및 호르몬 변화에 남성보다 훨씬 민감하게 반응한다. 따라서 에너지 불균형 상태에 놓일 경우 염증 신호가 더욱 뚜렷해지고, 수면 장애를 겪을 확률이 남성보다 더 높아진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의 교신 저자인 박민선 교수(서울대 의대)는 적절한 에너지 균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박 교수는 "여성은 에너지 저장과 수면-면역 기능을 조절하는 호르몬 변동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며, "에너지가 부족한 상태가 되면 염증 신호가 두드러지고 수면 장애가 발생하기 쉬워지므로, 건강한 수면을 위해서는 성별에 맞춘 에너지 균형 전략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effect of energy intake expenditure balance on sleep duration: a cross-sectional study concerning the 2019, 2020, and 2022 korea national health and nutrition examination surveys: 에너지 섭취·소비 균형이 수면 시간에 미치는 영향: 2019, 2020, 2022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관한 단면 연구)는 2026년 2월 25일 국제 학술지 '대한가정의학회지(korean journal of family medicine)' 온라인판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