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감 환자 작년 대비 12배 폭증… "백신 맞아도 걸린다?" 오해와 진실
"작년에 독감 주사 맞고 오히려 더 아팠어요."라는 말은 진료실에서 의사들이 가장 많이 듣는 하소연 중 하나다. 올해 독감 유행 규모가 작년 대비 12배를 넘어서며 역대급 확산세를 보이는 가운데, 예방접종을 둘러싼 불신과 궁금증도 함께 커지고 있다. 단순히 '독한 감기'로 치부하기엔 너무나 위험한 독감. 왜 매년 주사를 새로 맞아야 하는지, 백신을 맞고도 독감에 걸리는 이유는 도대체 무엇인지, 그리고 3가와 4가 백신의 차이점은 무엇인지 이비인후과 전문의 박상만 원장(송산두리이비인후과)을 통해 상세히 알아본다.
요즘 독감이 유행인데, 실제 현장에서는 어떤가요?
질병관리청에서는 매주 '의사환자분율'이라는 수치를 발표하는데, 최근 외래 환자 1천 명당 69.4명, 거의 70명 가까이 집계되고 있습니다. 이는 꾸준히 증가한 수치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2배를 넘어선 상황입니다. 최근 10년간 동기간 대비 최고 수준이며, 직전 절기와 유사한 대규모 유행이 예상됩니다. 보통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갈 때 a형 독감이, 겨울 끝자락에서 봄까지 b형 독감이 유행하는데, 통상적으로 유행 시기는 6주에서 8주 정도 지속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감기가 심하면 독감이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계신데, 어떻게 다른가요?
'감기'는 세균, 곰팡이, 바이러스 등 여러 원인 중 주로 바이러스 감염으로 인한 상기도(호흡기 윗부분) 감염을 통틀어 말합니다. 반면 '독감'은 그중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감염됐을 때를 지칭합니다.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코로나19라고 부르는 것과 같습니다. 증상은 인후염(목 아픔), 비염(콧물, 코막힘, 재채기) 등으로 비슷하지만, 독감은 심할 경우 기침, 가래, 두통과 더불어 근육통, 발열 등이 동반된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구분보다는 원인이 다르다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독감 예방접종, 작년에 맞았는데 올해 또 맞아야 하나요?
네, 매년 맞는 것이 좋습니다. 우리 몸은 외부 항원(나쁜 균)이 공격하면 이를 막는 방패인 '항체'를 만듭니다. 접종 후 약 2주 이내에 항체가 형성되고 약 6개월간 지속되며 질병을 막아줍니다. 매년 맞아야 하는 이유는 '바이러스의 변이' 때문입니다. 바이러스 표면에는 집 주소 같은 단백질 표지자(헤마글루티닌, 뉴라미니다아제)가 있는데, 이 모양이 매년 조금씩 바뀝니다. h3n2, h1n1 등으로 불리는 것이 바로 이 종류입니다. 매년 유행할 타입이 달라지기 때문에, 의료계와 제약회사는 그해 유행을 예측하여 새로운 백신을 만들어냅니다. 따라서 매년 그 시기에 맞는 방패를 준비해야 합니다.
백신을 맞고도 독감에 걸리는 경우는 왜 생기나요?
진료실에서 가장 많이 듣는 질문 중 하나입니다. 첫째는 예측이 빗나간 경우입니다. 백신이 예측한 유행 타입과 실제 유행한 바이러스가 다를 수 있습니다. 둘째는 개인차입니다. 사람마다 항체를 형성하는 능력이 다르고, 접종 당시의 컨디션이나 바이러스 노출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코로나 시기 이후 마스크를 벗고 모임이 잦아진 영향도 있습니다. 특히 올해는 독감 자체의 전염력이나, 증상이 강하게 나타나는 경향도 있습니다.
독감 백신에 대한 부작용 우려가 있는데, 어떤 증상이 있나요?
부작용이라기보다는 항체가 형성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증상들이 있습니다. 독감 백신 접종 후 2~3일간의 근육통, 발열, 두통이 있는데 진통소염제를 복용하면 하루 이틀 이내에 가라앉습니다. 1세 미만은 허벅지, 1세 이상은 삼각근이나 어깨 근육에 접종하는데 접종 시 힘을 주거나 접종 후 문지르면 해당 부위에 멍이나 근육통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이러한 증상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가라앉습니다.
독감 백신 접종 시기와 주의해야 할 점이 있나요?
국가 예방접종을 맞아야 한다고 보도되는 시기로, 대략 9~10월 정도부터 이듬해 4월까지 권장합니다. 해당 시기에 독감이 유행하기 때문에 항체 형성을 고려해 몇 주 전에 미리 맞아 두면 좋습니다. 접종 전에 발열이 있거나 몸 상태가 안 좋으면 항체 형성이 잘되지 않고, 근육통도 심할 수 있으니 컨디션이 좋을 때 접종할 것을 권합니다.
3가 백신과 4가 백신, 효과 차이가 큰가요?
생후 6개월~만 13세 영유아, 임산부, 65세 이상 노약자, 취약계층은 독감 무료 접종 대상자이며, 이외의 분들은 유료 접종 대상자입니다. 현재 무료 국가 예방접종 대상자는 3가, 이외 유료는 4가로 접종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차이점은 간단히 말해 4가는 4가지 바이러스를 막아주고, 3가는 3가지를 막아줍니다. 그런데 전 세계적으로 바이러스 타입 하나가 최근 2~3년간 거의 나타나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서 who(세계보건기구)에서도 굳이 4가를 고집할 필요 없이 3가로도 충분하다는 쪽으로 트렌드가 바뀌고 있습니다. 내년부터는 아마 3가가 주류가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종류보다는 사실 컨디션 좋을 때 빨리 맞는 게 더 중요합니다.
독감을 예방하기 위한 일상생활 수칙을 말씀해 주세요
보통 감기 예방법과 같습니다. 손 깨끗이 씻기, 모임 시 마스크 착용하기, 기침을 하거나 분비물이 나올 때 가리기, 실내 환기 잘 시키기, 주변 청결하게 유지하기, 체력 관리로 면역력 높이기 등입니다. 독감을 포함해 감기를 예방하는 데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코로나19 백신과 독감 백신을 동시에 맞아도 괜찮은가요?
who나 백신 제조사들은 동시 접종을 권장하고 있습니다. 두 바이러스 모두 발열, 근육통, 인후염 등 증상이 강하고, 임산부나 노약자에게 폐렴 등 합병증 발생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다만 두 백신을 동시에 맞을 경우 면역 반응으로 인한 근육통이나 발열 등이 더 심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부작용이 걱정된다면 2~3주 간격을 두고 따로 맞으시는 것을 권장합니다.
독감 검사 시, 깊숙이 찔러서 아픈데 꼭 그렇게 해야 하나요?
코로나19나 독감 모두 검체를 검사해야 하는데, 검체가 가장 많이 모여 있는 곳이 코 뒤쪽에서 목으로 넘어가는 '비인두'라는 부위입니다. 입구 쪽만 살짝 찌르면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아 '위음성(가짜 음성)'이 나올 확률이 높습니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 잠시의 고통을 참아 주시는 게 좋습니다.
마지막으로 "독감 주사 맞고 오히려 독감 걸렸다"고 하는 분들이 있는데, 왜 그런가요?
백신 안에, 주사에 균이 있어서 걸린다고 생각하시는데 이것은 오해입니다. 보통은 접촉 등으로 인해 몸에 바이러스가 묻어 있거나 이미 감염된 상태에서, 접종 후 근육통 등 면역 반응으로 컨디션이 떨어질 때 발병하는 '기회감염'인 경우가 많습니다. 백신 주사 자체 때문이 아니니 안심하고 완치 후 접종하시기 바랍니다.
기획 = 염진아 건강전문 아나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