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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잇살 탓인 줄 알았는데"... 폐경기 여성 고지혈증, 원인은 따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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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저하게 채식 위주의 식단을 유지했음에도 건강검진에서 갑작스럽게 고지혈증 판정을 받아 당황하는 중년 여성이 많다. 평소 생활 습관을 그대로 유지했어도 폐경기에 접어들면 혈관을 보호하던 호르몬 방어막이 사라져 콜레스테롤 수치가 급증하기 때문이다. 이는 단순한 노화나 나잇살의 문제가 아니라, 체내 지질 대사의 시스템 자체가 완전히 뒤바뀌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내과 전문의 이완구 원장(맑은샘내과의원)과 함께 폐경기 고지혈증의 원인과 현명한 대처법에 대해 자세히 알아본다.

여성호르몬 감소가 원인, "단순 나잇살 문제 아니다"
폐경 전까지 정상적인 콜레스테롤 수치를 유지하던 여성이 폐경 직후 고지혈증을 겪는 가장 큰 원인은 에스트로겐의 감소에 있다. 에스트로겐은 간에서 나쁜 콜레스테롤(ldl)을 제거하는 역할을 돕는 데, 폐경으로 인해 이 호르몬이 줄어들면 간의 ldl 청소 능력이 떨어지게 된다. 콜레스테롤 수치는 우리가 먹는 음식뿐만 아니라 간에서 합성하고 제거하는 균형에 크게 좌우되므로, 섭취하는 식단과 무관하게 수치가 오를 수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처럼 호르몬이 감소하는 시기가 마침 살이 찌기 쉬운 갱년기와 겹친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훌쩍 뛰어오른 콜레스테롤 수치를 단순히 '나잇살' 탓으로 오해하기 쉽다. 실제로 폐경기에는 내장지방이 늘고 인슐린 저항성이 악화되어 지질 수치가 나빠지는 측면도 있다. 하지만 고지혈증을 단순한 체중 증가만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 이완구 원장은 "나잇살은 촉진 요인이지만, 폐경은 그 자체로 지질 대사의 게임 규칙을 바꾸는 사건에 가깝다"고 설명한다. 즉, 호르몬 감소 자체가 간과 지방조직의 대사를 변화시켜 동맥경화성 입자를 증가시키는 독립적인 위험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남성보다 치명적인 여성 고지혈증, 숨은 위험 지표까지 챙겨야
폐경 후 여성의 고지혈증은 남성보다 더 빠르고 치명적으로 심혈관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폐경 이전까지 상대적으로 낮았던 심혈관 질환 위험이 폐경 후 급격히 상승하기 때문에, 환자 본인이 위험성을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 문제가 발생하기 쉽다. 이완구 원장은 "폐경 후 여성은 에스트로겐 감소로 인해 혈관 보호막이 사라지면서, 고지혈증이 심혈관 질환으로 이어지는 속도가 남성보다 훨씬 빠르다"며 "특히 중성지방 수치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당뇨병이나 고혈압이 동반될 경우 위험도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며 미세혈관 질환 형태로 나타나 진단이 늦어질 수 있다는 점이 치명적이다"라고 강조한다.

따라서 일반적인 건강검진에서 확인하는 단순 ldl 수치만 믿고 안심해서는 안 된다. 중성지방 수치가 높거나 대사증후군이 동반된 경우, 실제 동맥경화성 입자 수를 반영하는 아포비(apob) 수치나 non-hdl 콜레스테롤 수치를 함께 확인하는 것이 좋다. 또한 유전성이 강한 지단백(a)이나 염증 수치(hs-crp), 혈당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고지혈증이 갑자기 발생한 배경과 숨은 잔여 위험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

호르몬제는 갱년기 증상 완화용, 고지혈증 약 복용 두려워 말아야
일부 환자들은 갱년기 증상 완화를 위해 사용하는 호르몬 대체 요법(hrt)이 콜레스테롤 수치도 개선해 줄 것이라 기대한다. 에스트로겐이 포함된 약이므로 ldl을 낮추는 부수적인 효과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호르몬 치료의 주된 목적은 어디까지나 갱년기 증상 완화이며, 고지혈증 치료를 목적으로 호르몬제를 시작하는 것은 권장되지 않는다. 환자의 상태와 약물 형태에 따라 오히려 혈전 위험을 높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고지혈증 치료제인 스타틴 처방을 받으면 평생 약을 먹어야 한다는 두려움에 복용을 거부하는 사례도 흔하다. 이에 대해 이완구 원장은 "고지혈증 약은 시력이 나쁜 분이 쓰는 안경과 같이 혈관을 보호하는 '혈관 안경'이다"라고 비유하며, "약을 먹는 동안 혈관이 보호받는 것이지, 약이 내 몸을 구속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조언한다. 약물 치료는 중독이 아니라 위험을 줄이는 필수적인 안전벨트라는 의미다. 오히려 고지혈증 약은 폐경기 여성에게 긍정적인 연쇄 효과를 가져다준다. 이 원장은 "폐경 후 여성에게 고지혈증 치료제는 심혈관 질환을 예방하고, 조골세포를 활성화해 골밀도 저하를 방어할 뿐만 아니라, 호르몬 치료 시 발생할 수 있는 혈전 위험을 낮춰주는 일석삼조의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주 5회 걷기와 주 2회 근력 운동, 무너진 혈관 탄력 되살려
폐경으로 인해 변해버린 몸의 대사 규칙에 적응하고 이상지질혈증을 개선하려면 식습관 관리뿐만 아니라 전략적인 운동이 필수적이다. 핵심은 유산소 운동과 근력 운동을 반드시 병행하는 것이다. 유산소 운동은 심폐 기능을 강화하고, 근력 운동은 폐경기 대사와 뼈 건강을 지키는 데 필수적인 근육량을 유지해 준다.

운동 계획은 거창하게 세우기보다 일상에서 꾸준히 실천할 수 있는 강도가 적당하다. 이완구 원장은 "하루 30분 빠른 걷기를 주 5회 실시하고, 주 2회 스쿼트나 런지, 푸시업 같은 전신 근력 운동을 병행하는 것이 가장 지속 가능하면서도 지질, 혈압, 혈당을 동시에 개선하는 방법이다"라고 조언했다.